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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25

김예지의 카르페디엠
종합

김예지의 카르페디엠

하태진 기자 muk4569@naver.com 입력 2022/08/20 12:34 수정 2022.08.25 19:47
수제맥주- .made in uiseung

의성에 젊은 피가 들어온 지 2년이 지났다. 인구절벽에 부닥쳐 경북도로부터 시범사업으로 안계면에 정착한 청년선도그룹의 한 아가씨가 있다. 어머니가 이 씨이고 구천사람이라 외갓집도 구천면에 있다.

 

김예지는 의성 정착초기에 매스컴과 주변에서 많은 이목을 끈 인물이지만, 요즘은 의성 안계면에 본디 있었던 가게의 주인장처럼 김예지의 모습도 원래 의성사람같이 느껴지는 첫인상이다.

 

 수제맥주-.

도회지의 펍이라면 손님들이 차고 넘치는 유혹적인 단어지만 여기서는 매우 모험사업이며 앞날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이다. 더구나 제조와 판매를 동시에 하는 것은 여간내기가 아니면 엄두를 낼 수 없는 노동강도를 갖고 있다. 그리 크지않은 몸과 여리여리한 귀여운 아가씨가 2년 넘게 이 사업체를 운영해 왔다는 사실이 조금은 경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귀농이란 어쩌면 버티는 것이 절반을 넘는 것인데 청년으로서 김예지의 귀농은 이미 터를 잡은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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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김예지의 맥주는 강한 호프향이 나는 쓴 맛 이었다. 시중 맥주로 비교하자면 호가든 브랜드에 호프향을 더 첨가한 바디감이 있었다. 그저 갈증해소나 약한 알코올음료로 여겨지던 맥주와는 거리가 있었다. 소주에 익숙한 우리들로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강한 맥주였다.

안주로 염장 훈제삼겹살이 나왔다. 가성비가 좋았다. 맥주와 삼겹살이라는 다소 생소한 조합이지만 적당한 풍미가 있었다. 언뜻 치맥을 만난 외국인처럼 이국적이면서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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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가 더운 저녁에 청년 둘이 스탠드 바에 앉았다. 그들은 김예지 양과 친구처럼 보였다. 소위 단골들처럼 허물없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의성에서 청년들이 어른들의 눈치를 보지 않image고 술을 마시는 술집은 그리 많지 않다. 김예지의 호피 홀리데이는 그런 면에서 귀농청년들의 DMZ 역할을 하는 지도 모른다.

 

김예지의 두 번 째 맥주는 포테르라는 흑맥주였다. 젊은 시절 대학가에서 팔리던 그런 맥주 빛깔이었는데 맛은 상당히 깊고 달았다. 주인장 서비스로 줬는데 메뉴를 보니 호피 홀리데이에서 가장 비싼 수제맥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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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uiseung

젊은 손님들이 올 시간이라 다음을 기약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성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술자리였지만, 확고하게 앞으로도 항상 그기에 있을 것 같은 농촌형 바(BAR) 문화의 일부임을 직감했다. 다만 의성 어른들이 젊은 문화에 좀 더 관심을 주고 응원해야할 문화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의성에 젊은 청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BTS가 세계적인 팬덤을 갖고 있어도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격세지감이거나 뉴스거리 정도일 뿐이다. 의성산 호프로 만든 의성의 맛이 나는 김예지의 수제맥주는 분명 메이드 인 의성(made in uiseung)이다. 우리가 그것을 즐기지 못한다면 청년들에게 그저 폐쇄적인 애향심을 강요하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은 아닐까.

 

세상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진 않는다. 그렇다고 태평스럽게 인생을 되는대로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예지의 맥주는 농촌현실이란 시간적 공간에서 카르페디엠을 보여주는 열매이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제때에 거두어들이게, 미래에 대한 믿음은 최소한으로 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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